트럼프 대통령 중국과 '무역전쟁' 선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중국산 수입품에 연간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IT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중국의 경제 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세 규모는 앞서 백악관 참모들이 추산한 연 500억 달러를 넘어선다.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상호적(reciprocal)''거울(mirror)'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만큼의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부과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조치를 통해 현재 연간 3750억 달러에 이르는 대중 무역적자를 1000억 달러까지 줄이겠다"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5일 이내에 신발·의류부터 소비자 가전에 이르기까지 최대 100개 종목 1300여 품목의 관세 부과 대상 리스트를 관보에 게재하고 여론 수렴 절차를 밟게 된다. 또 재무부는 중국이 미국의 IT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관리.감독할 규정을 마련하게 된다. 이는 중국이 국영기업 등을 통해 미국 기업에 투자해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차 등 첨단 산업 기술을 빼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중국이 자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 기업들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후 핵심 기술을 이전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이로 인한 미국 기업의 손실은 연간 300억 달러에 이르며 수만 개의 일자리를 뺏기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 조치를 예고하면서 미.중간 무역전쟁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의 보복 관세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미국산 대두(메주콩)와 수수 돼지 등이 대상이다. 연 14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미국산 대두는 3분의 1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정부는 이밖에 미국산 항공기와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또 외국 중에서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이라는 점을 활용해 미국 국채 매각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이 시장에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내놓을 경우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미국의 금융 패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무역전쟁 우려에 증시가 큰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원자재와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어 수입업자와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물가인상과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기수 기자